돈의 얼굴 리뷰 1- feat. 내가 예적금 안하는 이유

돈의 얼굴 리뷰 1- feat. 내가 예적금 안하는 이유
Photo by Etienne Martin / Unsplash

요즘 EBS 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돈의 얼굴을 보고 있다. 이거 볼려고 EBS 한달 구독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내용인 것 같아, 내용도 정리할 겸 글을 작성했다.

돈의 얼굴 1부 돈을 믿습니까
1부 에서는 레바논, 중국, 한국의 사례를 통해 유동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인류의 역사를 관통한 돈의 흐름을 알아본다. 특히 레바논 은행강도 현장을 실시간 팔로우하며 사라진 돈을 되…

명목 금리/ 실질 금리

금융 얘기를 하면 다들 '금리' 부터 얘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 얘기를 들으면 시중에 맡기는 적금의 이자를 생각하기도 하고, 또는 전세 대출, 주택 담보 대출 등등 변동 금리를 생각하며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를 생각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목 금리는 무엇일까? 또 실질 금리는 무엇일까? 이 개념에 대해서 어렴풋이 아는 사람은 있어도 정확한 개념을 물어보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은행
돈을 거름으로 자라는 나무?! Photo by Towfiqu barbhuiya / Unsplash
  • 명목 금리: 은행같은 시중에서 사용하는 '명목'상 금리
  • 실질 금리: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 금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금리는 모두 명목 금리다.
연준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대출 이자가 떨어졌다, 등등 우리가 말하는 금리는 명목 금리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반면 실질 금리는 내가 받거나 내야 할 이자가 실질적으로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내가 백만원을 은행에서 10%의 금리로 예금을 했다고 가정을 하자.
그리고, 1년 후에 은행은 원금 100만원과 이자 10만원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원화의 가치가 무려 20%나 떨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명목 금리 = 10 % 이지만, 실질 금리 = 10-20 = -10% 가 된다.
이 말은, 내가 1년 이후에 받는 돈은 명목상 110만원 이지만, 돈을 빌리는 시점으로 가치를 계산하면 110 * 0.8 = 88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예적금은 안전하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그리고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적금 상품의 '명목 금리'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고 많은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때 돈을 예금한 사람들의 실질 금리는 얼마였을까?

한국 은행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65% 였다. 그리고 그 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5.1% 였다.
따라서 실질 금리 = 1.65-5.1 = -3.45 % 였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은행에 돈을 넣었지만, 실제로는 돈의 가치가 줄었기 때문에, 나의 구매력도 낮아지게 된 것이다.

그럼 여기까지 왔으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게 내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구나.' 라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예금한 돈이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킨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느꼈다면, 도대체 왜 인플레이션이 생기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시중에 돈을 많이 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럼 돈은 어떻게 풀리게 되는 걸까?

한국 은행은 한국의 중앙 은행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이나, 지폐 같은 현금 통화를 발행한다. 이를 본원 통화라고 하고, 예를 들어 100억원의 지폐를 새롭게 찍어내면 본원통화 100억원이 신규로 발행된 것이다.

그렇다면, 본원통화가 100억원이 늘어났으면, 시중에 도는 돈이 100억원이 그대로 늘어나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
100억원 보다 매우 많이 더 늘어 날 수 있다.

이는 시중 은행이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복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본원 통화 100억원이 누군가에 의해, A 은행에 예금으로 입금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은행은 예탁받은 100억원 중에 7억원만 은행에 거치해두고, 나머지 93억원을 새로운 사람에게 대출해준다.
은행은 예탁받은 돈을 법이 정한 '지급준비율' 만큼만 보관을 해두고, 나머지 금액을 수익을 내기 위한 상품에 사용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경우 이 비율이 7%다.
그러면 예금을 한 사람의 통장에 100억원이 있고, 대출을 한 사람의 통장에도 93억원이 찍혀 있다. 본원 통화는 그대로 100억원인데, 벌써 시중에 생긴 돈은 193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은행은 말 그대로 돈 복사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출한 사람의 93억 원이 돌고 돌아 또 다른 은행 B에 예금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새로운 돈 복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 된다면 이론상 무한 등비급수의 합으로 시중에 풀리는 돈의 총 합을 계산할 수 있다.

본원 통화 = 100억원, 공비 = 0.93, 등비급수 수렴값 = 1,430억원

한국 은행이 발행한 통화보다 무려 14.3배나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기계라는 것을 안 이상,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는 주범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은행이 신용을 통해 사회가 필요한 곳에 적절히 돈을 공급하고, 건전하지 못한 곳에서는 자금을 회수하는 등, 지금 우리가 이룩한 사회 시스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우리의 근로 노동 수익의 가치 또한 훼손을 시키는 큰 주범 이기도 하다.

그럼 예적금을 안하면 어떻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고,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고...
은행에 돈을 맡겨둘 이유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메리트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저축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까?

바로 자산을 사는 것이다.
자산을 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원금을 잃을 수도 있는 투자를 한다는 생각에 겁을 먹는다.
하지만, 두려울 필요 없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미 (현금 형태로) 자산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앞서 말한 것 처럼 현금의 구매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진정한 의미의 '원금 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